디자이너로서 카스틸리오니의 시선은 언제나 사람을 향해 있었고, 그의 이상은 명성보다는 사람에게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실용적인 제품을 만드는 데 있었습니다. 따뜻한 시선으로 언제나 주위를 관찰했으며, 관찰의 결과를 통해 사람, 아니 세상의 모든 존재를 위한 가치 있는 쓰임새를 제공하고자 했습니다. 그 과정을 통해 그의 디자인은 우리의 일상에 너무나 익숙하게 들어왔고, 심지어 디자인의 결과물이라고 감히 생각해 보지 못했던 일상품들 또한 바로 카스틸리오니에 의해 만들어졌습니다. 그의 디자인은 단순한 '디자인 제품'을 넘어서 현재의 우리 일상을 혁신한 '문화 유산'이자 '혁명적 사건'과도 같다고 평가 받고 있습니다.
애플의 신화를 만들어낸 스티브 잡스도 카스틸리오니의 생각법에 많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잡스는 카스틸리오니가 미국에서 강연을 하는 날이면 강연장을 찾아 누구보다 열심히 귀를 기울였다고 합니다. 의미없는 치장보다는 가치 있는 쓰임새라는 본질에 집중하는 카스틸리오니의 생각이 잡스에게도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트랙터 의자를 탄성이 있는 바에 고정해 트랙터의 움직임을 느낄 수 있도록 디자인된 메자드로는 카스틸리오니의 생각법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이미 존재하는 오브제를 관찰한 후, 여러 부분들을 조합해 새로운 쓰임새를 만들어내는 리디자인(Redesign) 방식은 마르셀 뒤샹이 미술계를 뒤집었던 ‘레디메이드(Ready-Made)’ 개념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리디자인을 위해서는 기존 오브제에 대한 궁금증 즉, 호기심이 필수입니다. 카스틸리오니는 트랙터 안장의 형태에서 영감을 얻은 후, 새로운 요소들을 조합해 메자드로 Mezzadro를 창조하였습니다. 익숙하지만 낯선 오브제 앞에서 사람들은 당황하기보다 카스틸리오니가 전달하는 유쾌함에 미소 짓게 됩니다.
디자인은 언제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어야 하고, 제 기능을 잘 하는 것이라면 누가 디자인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한 그의 말처럼, 이 롬피트라타 스위치는 그의 디자인인지 알 수도 없을 만큼 다양한 형태로 변화 발전하여 현대 일상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누구나 사용 가능한 평범해 보이는 이 디자인은 출시 이후 1,500만 개 이상 판매될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두었고, 평범하지만 특별한 디자인 오브제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휴대폰이 없던 시절, 유선전화기를 사용하며 느꼈던 불편함을 재미있게 풀어낸 작품입니다. 한 곳에 오래 서 있어야 하는 불편함은 새로운 디자인의 모티프가 되었습니다. 기성품 자전거 안장과 고정되지 않는 하단부를 결합시켜 탄생시킨 '레디메이드' 디자인 제품으로 양립할 수 없는 '앉는 행위'와 '움직이는 행위'를 조화롭게 연결시킨 재미있는 발상이 돋보이는 작풉입니다.
거실에서 무언가 읽기를 좋아하는 아내를 위해 천장 조명의 역할을 하면서도 우직일 수 있는 스탠드 조명을 고안했습니다. 마치 가로등처럼 커다란 아치는 거실을 빛으로 가득 채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리석 지지대에 뚫린 구멍에 막대를 넣어 원하는 곳으로 이동이 가능하게 함으로써 스탠드 조명의 역할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60kg에 달하는 대리석 지지대는 정교한 수작업을 거쳐 완성되며, 대리석 마다의 결을 살려 제작하여 단 하나도 같은 제품이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여러 미디어에서 꾸준히 노출되며 이 램프는 카스틸리오니의 제품 중 가장 사랑 받는 제품으로 자리매김 하였습니다.